제 2의 엄마 " 조선족이모 입주도우미" 정부가 대책 세워라!
한국워킹맘연구소, 조선족 베이비시터 정책 제안 간담회 개최
정부가 손 놓은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책과제 이제 풀어야
베이비뉴스
10살, 6살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김유나(가명) 씨는 지난 7년 동안 자녀들을 돌보며 집안 살림을 맡아주는 조선족 이모를 6명이나 바꿔야 했다. 어느 이모는 집안 물건에 손을 댔고, 어느 이모는 비자 만료가 2~3년 남아 오래 일할 수 있다더니 7개월 만에 비자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나갔다.
김 씨는 “한 이모는 조선족 공동체에서 이상한 종교에 빠졌다. 아픈 아이에게 생명수라며 이상한 물을 뿌리질 않나, 심지어 아이를 데리고 교회를 가고 싶다고 하지를 않나…. 나 없을 때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려워 관두게 했다. 조선족 이모의 신원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하소연 했다.
11살 큰 아이와 생후 27개월 둘째 아이를 둔 워킹맘 나연수(가명) 씨는 너무 급격하게 오르는 조선족 이모들의 급여인상률에 깜짝 놀랐다. 큰애를 키울 때 월 100만 원 정도했던 조선족 이모 급여는 둘째를 키울 때 170만 원까지 올라 있었다.
나 씨는 “같은 기간 동안 내 월급이 그렇게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많은 이모들이 한 6개월 정도 지나 아이가 정을 붙이면 임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아이가 계속 양육자가 바뀌면 정서에도 좋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올려주고 눈치를 봐야한다. 조선족 이모 임금 상한선이나 가이드라인을 정부에서 정해 달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조선족 이모에게 맡겨진 우리 아이들
‘조선족 이모’는 일반 가정에서 육아 및 가사를 담당하는 조선족 여성을 친근하게 부르는 신조어로 이들은 대체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4시간 함께 생활하고 주말에 24시간 외출을 하는 ‘입주형 도우미’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조선족 이모’ 고용도 많아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제도적 관리 및 규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워킹맘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워킹맘연구소(소장 이수연)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조선족 이모로 피해를 본 워킹맘 3인방과 함께 각 당의 여성정책 담당자 및 국회 입법심의관, 입법조사관 관계자들에게 조선족 도우미를 안심하고 고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요구하는 '입주 가사 도우미(이하 조선족 이모) 정책 제안 간담회'를 열었다.
열린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손여경 교수와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이송이 교수는 지난해 '일하는 엄마의 조선족이모 고용경험에 대한 탐색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조선족 이모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과제들이 총망라돼 있다. 논문에 따르면 조선족 입주 가사 도우미(조선족 이모)를 고용한 많은 엄마들은 ▲높은 임금, ▲부당한 임금인상, ▲잦은 전화통화 및 잦은 TV 시청 등 생활방식, ▲휴무 및 보너스 등 부담스러운 추가비용, ▲‘이모’라는 호칭의 이중성, ▲조선족 이모의 아동양육 지식 및 기술 부족, ▲아이가 조선족 이모의 언어를 습득하는 언어 문제, ▲부적절한 양육태도 등의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선족 이모들의 신원보장을 하지 않고 있고, 기본적인 근무조건과 고용계약 등의 업무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정부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줘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날 간담회에서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왔다.
◇ 워킹맘 커뮤니티 통해 블랙리스트 공유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손여경 교수는 “조선족 이모들 사이에 커뮤니티가 형성돼 정보를 공유한다. 어떤 집은 명절에 떡값을 얼마 줬다더라, 어떤 집은 애는 몇 살, 몇 명에 집도 몇 평인데 얼마 준다고 하더라 등의 정보가 이모들에게는 평균이 돼 그 조건을 맞춰주지 않으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한다. 정부는 조선족 이모 고용에 관한 지침이나 임금상한선, 근무환경, 업무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해야하며 정부차원에서 가사도우미 및 베이비시터를 할 수 있는 교육이나 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송이 교수는 “내 아이를 맡기고 내 집과 전 재산을 맡겨야 하는 사람인데 어디서 뭐하던 사람인지, 이전 집에서는 왜 나왔는지, 혹시라도 아동학대는 없었는지 이력은 알아야 한다. 조선족 이모를 고용한 엄마들 사이에는 ‘어느 동네 조선족 이모가 아이를 데리고 사라졌다고 하더라’하는 괴담이 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은 정말 조선족 이모가 아이를 데리고 사라져도 엄마는 아이는커녕 그 조선족 이모를 찾을 길이 없다. 그만큼 그들의 신분이 제도화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조선족 이모들의 신분 보장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족 이모 고용에 대한 국가의 제도적 부재 속에 워킹맘들은 서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문제가 된 조선족 이모들의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부모들이 만든 조선족 이모 ‘블랙리스트’가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워킹맘 김 씨는 “나도 정말 그 리스트를 보고 싶다. 국가가 이모들로 하여금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다면 최소한 그 리스트 속 이모는 필터링 해서 우리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선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 각 정당에 들어본 조선족 이모 대책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통합당 정춘생 여성국장은 “조선족이냐 한국인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가정 내 보육 돌봄 서비스를 제도화 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민간이 아닌 사회적 기업이 도우미를 양성해 공급하고 정부가 일정 비용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돼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신미경 여성전문위원은 “조선족 베이비시터의 불확실한 신분 문제의 정책적 해결이 먼저겠다. 또 민간 베이비시터 교육 지원을 위해 아이돌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조선족 베이비 이모도 제도권으로 흡수해서 교육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유선진당 장경화 여성국장은 “조선족이라는 국내 재외국인에 대한 정책적 정리가 되는 것이 선행 되야 한다. 우리가 조선족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정책적으로 꼼꼼하게 살피고 그 부분이 정리가 되어 외국인으로 분류가 되면 외국인 관리하는 시스템 속에 나눠 논해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통합진보당 강은희 여성위원회 국장은 “조선족 도우미 문제는 사적인 관계에서 고용하고, 사적 영역에서 노동이 이뤄지고 발생되는 문제를 사적으로 해결하려니 더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보육과 가사노동 등이 공공성이 강화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 18대 국회에서 입법 시도됐었지만...
또한 국회입법조사처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막상 조선족 입주 가사 도우미에 관해 제도화 되려면 그들이 소득세를 내고 신분이 노출되고, 이해관계 등이 맞물려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해법을 찾자면 가정보육이 제도화 되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조건이라든가 서비스의 표준화 등이 만들어 아이돌보미 근거 법률이 제정돼 시행되면 해결될 것이다. 또한 이주 노동자의 권리권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치안순 입법심의관은 “18대 국회에서 입법 시도가 있었는데 잘 안됐다. 굉장히 많은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봄 서비스가 가사 도우미 서비스와 겹쳐 있어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다. 돌봄 서비스를 통과됐지만 입주 가사 도우미를 이주 노동자를 통해 지원하는 문제는 더 복잡한 문제가 검토돼야 한다. 논의에 힘을 모아주면 제도화 시키는데 진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물론 모든 조선족 도우미들이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양육하며 아이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서 아이를 중국으로 유학 보낸 훌륭한 사례도 많다. 하지만 (조선족 도우미로) 발생된 문제가 넘어가기에는 너무 시급하다. 조선족 이모들에게도 사회적으로 도와드리는 시스템을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워킹맘에게는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조선족 도우미뿐만 아니라 외국인 도우미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간담회가 됐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