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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4-04-30

조회수12,531

제목

부모와 자녀 애착증진 놀이

부모와 자녀 애착증진 놀이  /  윤난호(서일대학 부설 보육교사교육원 교수)
   

 

부모는 마술사가 아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나중에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꼭 필요한 아이의 뇌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한다.
아이의 뇌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부모와 아이의 소중한 언어라고도 할 수 있는 애착이라고 생각한다.
존 볼비(1969)는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과 부모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았는가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고 하였다.
자녀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성장시키고 발달시키는 힘, 자녀를 보호해주고 긴장을 풀고 안정시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힘은 애착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경험들은 모두 자녀의 뇌세포 연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것은 부모의 신체와 자녀의 신체를 통해 놀라운 감정적 에너지가 교류하기 때문이다. 안전기지로서의 부모는 자녀의 도전과 탐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활기차고 재미있는 놀이를 제안하고 놀이를 함께하는 것을 통하여 자녀에게 긍정적인 자아개념과 신체에 대한 유능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또한 자녀와 함께하면서 부모는 자녀로부터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신뢰와 건강한 자기 발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따라서 부모가 생각하는 것과 부모가 느끼는 감정은 자녀에게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부모-자녀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자녀사이에 애착을 증진시키는 경험 또는 놀이는 무엇일까?
지금 현재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잘 키우는 방법이나 놀이에 대한 궁금증이 많으며,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실시간으로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다양한 방법들을 접하고 있다. 그 결과 부모는 자녀교육에 있어 어떤 방법이나 놀이가 좋은지 헷갈리고 혼돈스러울 때가 많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 역시 자녀 두 명을 키우면서 경험했던 문제들이다.

특히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 다른 엄마들에 비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했고 마음 아팠던 엄마였기에, 육아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감내지는 아이들을 위한 보상심리와 같은 욕구는 더 많았다.
그런데 유아교육, 부모교육, 부부상담 등의 관련 공부들을 계속하고 강의를 하면서부터 깨달은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
자녀와 함께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행사나 놀잇감을 사주는 일이아니라, 양육의 질의 키워드는 부모의 민감성과 반응성 이라는 것이다.
자녀가 세상을 행복하게 살게 만들어 주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부모가 일상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고 의?식?주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 시간의 양적인 측면보다는 질적인 측면의 일상을 자녀와 함께하는 것이다. 즉 비언어적 시기에 이루어졌던 신체적 자기를 만드는 몸을 통한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동이 보내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에서 부모로서 민감성을 갖추고 아동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하여 일관된 태도로 꾸준히 상호작용하며 조율을 통하여 반응해주는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년생인 우리 아이들, 지금 현재 큰 딸은 대학교 4학년, 작은 아들은 군복무중인
우리 아이들도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늘 어린이집의 종일반에 맡겨졌다.
아이들을 맡기고 학교에 가야만 했던 나는 항상 아침마다 전쟁이었다.
아이들을 깨우고 씻기고 먹이고 그리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곤 하는 일상에서 내가 아주 많이 했던 말은 “빨리, 빨리”였다.
로션을 쭉 손에 짜서 손바닥에 있는 로션을 눈을 꼭 감고 찡그리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 슥삭슥삭 몇 번 훑어 발라주고, 어쩌다 그 로션이 아이의 눈에 들어가 따갑다고 칭얼거리면 스윽 한번 닦아내주고 빨리 나가야 된다고 서두르는 엄마였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이러한 일 때문에 아이들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아이들이 빨리 자라주기를 바랬던 적이 많았다.
공부를 계속하면서, 어느 날 아동기 초기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이론은 머릿속에만 있는 지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갑자기 아이들한테 아주 많이 미안했고 그리고 진실로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과거는 다시 쓸 수 없지만 상처는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그래서 곧바로 잘못한 부모로서의 행동을 바꾸고 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고, 난 중학교 2학년이 된 우리 딸을 불러 이런 말을 하였다.
“태희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공부하다 보니까 너희들한테 정말 미안하다는 것을 느꼈어.
너희들이 늘 엄마 학교갈때면 학교 언제 끊을 거냐며 하는 말을 할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많이 미안했었는데 사실은 더 미안한 게 있어.
(중간생략)
“태희야 엄마한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니?”
너무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딸이 하는 말은 “엄마가 어떻게 하시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데요?”
난 대답했다.
“엄마가 우리 딸에게 로션을 발라주면 돼...”
더 놀랍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딸아이는 나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화장대 앞에서 나는 아이가 가져온 로션을 보고 또 한번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 우리 아이에게 발라 주었던 로션은 베이비로션이었지만 딸아이가 가져온 로션은 어느새 여드름로션이었음을 내가 사주고도 새롭게 인식하게 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가져온 로션을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따르고 손가락으로 조금씩 찍어 내 딸아이의 이마, 코, 양볼에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묻히고 살살 아이의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며 눈을 맞추고 조용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와~ 태희야. 너는 이마가 무척 넓네. 시원한 성격처럼 좋은 느낌인걸, 그리고 이렇게 이마가 넓으면 마음도 넓다는데... 그래서 우리 예쁜 딸이 오늘처럼 엄마한테 좋은엄마가 되는 시간을 주었구나.”
계속되는 로션 바르기는 코, 입주변, 뺨 등을 바르면서 아이의 신체특징을 이야기해주며 긍정적인 이야기와 함께 계속하였고, 로션바르기를 끝마치고 아이를 돌려세워 거울을 보게하며 이런말을 하였다.
“자. 태희야 거울 좀 볼래? 네가 이렇게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이야. 그치?”
딸아이는 어색해했지만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고 그러나 싫지않은 모습으로 엄마 고마워요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끔 우리딸은 자기가 힘들 때 로션을 가지고 와서 로션바르기를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그 순간만큼은 하던 모든 것을 중단하고 로션을 발라준다. 우리 딸이 아주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고 부드럽고 천천히 아이를 바라보면서 조용하게 이야기해주기 시작한다.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멋진지, 소중한지, 이 시간이 엄마는 얼마나 행복한지 등등을...

건강한 애착형성은 즉 건강한 관계형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살핌과 돌봄의 단계이며 신뢰와 성장의 단계이다.
애착의 중요한 목표는 아이에 의해 느껴진 안정감과 안전감이다.
자녀를 달래고 진정시키고 안정시키고 안심하게 하는 방법은, 아동의 영유아기시기인 비언어적 시기에 이루어졌던 신체적 자기를 경험하게 하는 몸을 통한 작업이 효과적이다.
또한, 부모는 신호등과 안전기지의 역할을 통해서 자녀 스스로가 힘을 기를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과 함께 아동의 자존감과 유능함을 회복시키는 놀이야 말로 애착을 증진시키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의 행동에 반응해주고, 자녀가 격해지거나 흥분하면 그것에 장단 맞추어 공감해주고, 끊임없는 눈맞춤을 통해서 조율해주며 정서적으로 반영해주는 일이다.
자녀를 안아주고 흔들어주고 얼굴을 비비거나 쓰다듬고 눈맞춤을 해주고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주는 일상생활의 방법들이야 말로 엄마와 아동의 유대를 맺는데 도움을 주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나 양육자가 아동의 신체를 사랑스럽게 만지거나 접촉할 때 아동은 스트레스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결론지어 이야기하면 가장 한국스러운 전통육아방법과 긍정적 신체적 접촉의 경험은 부모-자녀간 애착 증진을 위한 놀이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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